당신만 모르는 정보, 그들은 이미 팔고 있었다! 메리츠증권 사건으로 본 내부자들의 배신.
내가 산 주식이 폭락하기 직전, 누군가는 엄청난 양을 팔아치웠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바로 우리만 모르는 ‘내부 정보’ 때문입니다.
메리츠증권 사건을 통해, 정보 비대칭이 어떻게 우리의 돈을 빼앗아 가는지 보여드립니다.
우리의 믿음에 비수를 꽂는 배신자들
엄청난 호재 발표를 앞두고 잠 못 이루며 기대감에 부풀었던 경험, 혹은 갑작스러운 악재 공시로 눈앞이 캄캄해졌던 경험. 모든 투자자가 한 번쯤 겪어봤을 순간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모든 정보가 공시되기 전에 누군가는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희망 회로를 돌리며 ‘매수’ 버튼을 누를 때, 그들은 회사의 위기를 미리 알고 조용히 ‘매도’ 버튼을 눌러 자신들의 손실을 막거나 이익을 챙겼다면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본시장의 가장 흔하고 악질적인 범죄,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입니다. 투자자들의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하고 시장의 신뢰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이 범죄의 실체를 3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법의 이름으로 정의된 ‘배신’ – 미공개정보 이용의 3요소
‘내부자거래’는 단순히 ‘느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에 명확하게 정의된 범죄입니다. 법에서는 이 배신 행위를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될 때 성립한다고 봅니다.
- 누가 (Who):
범죄의 주체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회사 임직원, 주요 주주 같은 ‘내부자’는 물론, 회사와 계약을 맺은 회계사나 변호사 같은 ‘준내부자’, 그리고 그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들은 ‘1차 정보수령자’(가족, 친구 등)까지 포함됩니다.
- 무엇을 (What):
모든 정보가 아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여야 합니다. M&A, 실적 쇼크, 신약 개발 성공/실패 등이 대표적입니다.
- 어떻게 (How):
이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거나 파는 행위, 또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줘 이익을 얻게 만드는 행위가 있을 때 범죄가 완성됩니다.
이 기준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무심코 듣는 ‘소문’이나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 법의 경계선에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법적 잣대가 실제 시장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요?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실제 사례를 통해 그 민낯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알았나? ‘메리츠증권 사태’로 본 내부자들의 움직임
2023년, 금융감독원은 메리츠증권 일부 직원들의 수상한 주식 매도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당시 증권가의 최대 화두였던 ‘부동산 PF 부실 문제’와 관련된 내부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정보가 공개되기 전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반 투자자들이 회사의 대외적인 명성만 믿고 투자를 결정하고 있을 때, 내부 직원들은 회사의 잠재적 위험이라는 ‘비밀 정보’를 이용해 자신들의 손실을 먼저 회피한 셈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정보를 접했을 때는 이미 주가가 하락한 뒤였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첫째, 아무리 우량하고 평판 좋은 회사라도 내부자거래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둘째, 정보의 비대칭성이 현실에서 얼마나 잔인하게 일반 투자자들의 부를 빼앗아 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내부자들은 항상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움직입니다.
내부자들의 움직임을 우리가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을 보고 위험을 감지하는 것은 가능합니다.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3. 당신의 계좌를 지키는 ‘촉’ – 내부자거래 이상 징후 3가지
내부자거래를 100% 피할 수는 없지만, 위험한 징후를 미리 발견하고 피해 갈 확률을 높일 수는 있습니다. 우리의 투자금을 지켜줄 예리한 ‘촉’을 기르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신호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 이유 없는 대량 거래:
특별한 호재 공시가 없는데도 평소와 다른 엄청난 거래량이 터지면서 주가가 움직인다면, 이는 미공개 정보가 시장에 새어 나가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이런 종목은 추격 매수할 것이 아니라, 경계 대상 1호로 올려야 합니다.
- 내부자 및 주요 주주의 지분 매도: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회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자사 주식을 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그들이 주식을 판다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악재가 있을 수 있다는 명백한 경고등입니다.
- ‘고급 정보’라는 이름의 유혹:
“너만 알고 있어”라며 다가오는 모든 정보는 독이 든 사과입니다. 그런 소스로 돈을 버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작전 세력의 물량을 떠받치는 ‘총알받이’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의심하고, 확인하고, 감시하라
미공개정보 이용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하여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비열한 범죄입니다.
법은 강화되었지만, 그 법이 내 계좌를 직접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가 건전하게 의심하고, 부지런히 확인하며, 시장의 이상 징후를 감시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내 돈을 지키는 3가지 실천 사항
- 의심을 습관으로 만드십시오:
비정상적인 주가 움직임 앞에서는 ‘나만 모르는 호재가 있겠지’라는 기대보다 ‘내가 모르는 악재가 터졌나?’라는 의심을 먼저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DART를 브라우저 첫 화면에 두십시오:
내 소중한 돈을 투자하기 전에, 최소한 그 회사의 공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을 투자의 첫 단계로 삼아야 합니다.
- ‘공짜 정보’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누군가 당신에게만 특별한 정보를 준다면, 그 의도를 먼저 생각하십시오. 자본시장에서 선의는 매우 드뭅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3편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주가를 조작해 당신의 계좌를 노리는 <시세조종> 작전 세력의 교묘한 수법을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