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시

돼지 고기
두루치기 하듯
듬성등성 썰은 문어다리 김치에 달달 볶기니
군침 돌고 또 고이니
청량한 신의 눈물 한 방울
눈 앞에 어른어른하다

술과 시는 하나
시 한 수에 탁발 한 사발
달빛만 봐도 술 익는 향이 절로나니
벗이면 좋고 님이어도 어떠리
몽롱한 기억 속에
멀리 사는 동무 생각 절로난다

술과 시가 멀어지니
술은 길을 잃고 고기 타령에
삿대질에 망발만이 떠돌고
시와 술이 멀어지니
마음은 간데 없고 허공엔
영혼 잃은 헛 소리만 가득하다

모름지기 술이라 함은
벗과 시가 어우려져야 그 향기가 천리를 가고
시나브로 시라 함은
목구녕 깊은 골에 술이 차고 넘쳐야
술술 고쟁이 실 풀리듯
넓디너른 저 푸른 창공에 한 수로 가득 메워진다

그대가 아무리 술이 종량제라 우겨도
한 잔에 담겨진 시구마저 종량제일까
술이라는 낱줄에 시라는 씨줄에
섣달 그믐 북풍 안고 얼키설키 범벅되니
찰랑이는 한 잔 술에 내맘마저 담아 보낸다

MrGray…! 0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