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관계, 대장금에서 사제의 도를 배우다!
지난 2003년 12월 19일자 동아일보에 난 기사의 제목이다.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의 인기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된다. 그 시절은 우리나라가 IMF라는 커다란 파고를 거치고 사회를 이끌던 패러다임들이 모두 산산이 부서지고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던 시기로 생각된다. 지금이야 텔레비전 채널만 돌려도 ‘먹방’ ‘쉐프” 전성시대여서 요리 프로그램이 일상사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기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쉐프들의 사제 관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그 때가 멘토링도 관계도 인성이라는 신뢰, 믿음 그리고 인재육성에 한 축으로 출발한 시기이다.
‘여성들은 대장금에서 멘토링을 배워라!’ 리더십이 여성계의 화두가 되었다. 남성에 비해 상호 유대관계가 부족한 여성들 사이에서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었었다. 지난 주말에 책장을 정리하다 우연히 스크랩되어 있는 2003년 멘토링 기사를 보고 오늘날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를 생각하게 했다.
멘토링은 특히 막 사회에 나온 남성이나 여성이 조직에 들어가면서 자신감과 자기 발전의 동기를 얻는 데 중요하고, 이미 리더로 분야에 전문가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인적 네트워크와 자신의 리더십을 성찰하는 의미가 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대장금을 통해서 “멘토-멘티 관계”를 분석한 내용이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조직, 관계하는 교육기관, 시작하려는 멘토-멘티 파트너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멘티는 스스스로 깨치게 한다
- 멘티의 숨겨진 재능을 찾는다
- 멘토와 멘티는 평등한 파트너
- 믿어라, 결정적일 때 도와라
- 자신만의 멘토, 멘티를 찾아라
멘티는 스스로 깨치게 한다
궁에 들어온 어린 장금을 맡게 된 한 상궁은 물을 퍼오는 것부터 시킨다. 수백번 물을 갖다 주어도 번번이 ‘아니다’라고 말하던 한 상궁은 장금에게 딸이 배탈 날 것을 염려해 흙이 섞인 비가 내리면 물을 끊여주던 어머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제야 장금은 물을 퍼오기 전에 한 상궁의 몸 상태를 묻고 목이 아프다고 하자 소금을 넣은 따뜻한 물을 가져다 준다.
“먹을 사람의 몸 상태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모든 것을 생각해 음식을 짓는 마음, 그게 요리임을 얘기하고 싶었다.”
물 한 그릇을 떠오는 데도 먹는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였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빨리 알려줘야 한다는 사고가 지배적인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따르도록 지시하지 않고 멘티가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도와 주었다. 이것이 스스로 목표를 세워 계획을 실행하는 자기주도학습을 시행한 것이다.
멘티의 숨겨진 재능을 찾는다
최고상궁이 됙 위해 최 상궁(견미리)과 경합을 벌이게 된 한 상궁은 일시적으로 미각을 잃은 장금을 자신의 상찬나인(보조요리사)으로 임명한다. 맛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음식을 하느냐며 마다하는 장금에게 한 상궁은 말한다.
“음식을 하는 데는 두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하나는 손맛이다. 너는 피나는 노력도 했고 천부적인 손맛도 있다. 두 번째 능력은 맛을 그리는 능력이다. 이는 어떤 식재료와 다른 식재료가 더해졌을 때 그것이 어떻게 조화돼 맛이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를 안다.”
한 상궁은 장금에게 맛을 보지 않고 손끝의 느낌만으로 음식을 만들게 하고 장금이 만든 음식을 먹어 본다. 맛을 본 뒤 “너는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눈물을 흘린다. 영리한 장금도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했다. 훌륭한 멘토는 멘티의 숨겨진 능력을 찾아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멘토와 멘티는 평등한 파트너십 관계이다
미각을 잃어 버린 잣니이 방해가 될까봐 자꾸 물러나려는 장금에게 한 상궁이 하는 말.
“나를 도와 줄 사람은 너밖에 없다. 너의 음식 솜씨가 나를 도와 주고 너의 음식에 대한 마음이 나를 바로 이끌 것이며 너의 호기심이 나를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멘토와 멘티는 파트너십 관계이다. 서로에게서 배우고 모두 함께 성장해 가는 관계이다. 상호 인격적으로 존중해 주는 관계인 것이다. 멘토링 관계는 멘토에게도 많은 이점을 주고 있고 경력과 인생을 더 풍요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멘토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 멘티를 보살펴주고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면 된다. 반면 최 상궁과 금영의 경우 쌍방향 멘토링 관계이기보다는 최 상궁의 경력을 위해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관계에 가깝다.
멘토링 관계 에서 파트너십 관계가 유지되지 못할 때 나올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멘토링 관계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아이나믹하게 그려진다는 점이 또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재미이다.
믿어라, 결정적일 때 도와라
한 상궁은 평소에 장금에게 그리 살갑게 대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금을 믿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몸을 던져 돕는다. 장금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명나라 사신을 위해 산해진미를 준비했다가 사신이 소갈(당뇨병)을 앓는다는 얘기에 채소만으로 상을 차린 한 상궁이 잡혀가자 목숨을 걸고 나아가 잠금이 한 상궁을 변호한다.
멘토와 멘티는 목표달성을 위한 타산적 관계가 아니라 이해와 배려로 맺어진 동반자, ‘또 하나의 가족’이다. 한 상궁도 장금에게 말했다. “장금아, 너는 내 딸이다.”
자신만의 멘토, 멘티를 찾아라
경력과 삶의 여정을 걷다보면 방향을 잃고 헤메일 때가 있다. 우리에게 멘토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온 길을 성찰할 수 있는 멘티도 간절히 필요하다.
한 상궁은 온화하고 기품이 있으면서도 근엄함도 갖춘 여성적 리더십의 표본이다. 장금은 영리하고 탐구심이 왕성한 데다 한 상궁을 어머니처럼 따른다.
대부분의 경우 멘티가 멘토를 찾는다. 실제로는 원하는 멘토를 발견하기 힘들고 설사 내 눈 앞에 나타났다고 하여도 멘토링 관계 를 요청하기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유명인을 마음의 멘토가 아니라 멘토링 관계를 맺을 기회는 쉽지 않다.
막연히 바라는 완벽한 멘토, 멘티를 찾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비공식 멘토링 관계 는 어는 시점이 지나면 잊혀지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멘토링, 기업, 조직 등에서 매칭을 지정해 주는 멘토-멘티 관계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고 기대를 맞추어보고 목표를 설정해가는 멘토-멘티 관계가 중요하다 하겠다.
<출처: 채지영기자, 동아일보 2003.12.19>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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